도쿄 디즈니 씨 데이타임 하버쇼 '레젠드 오브 미시카'
Tokyo DisneySEA Daytime Harbour show 'Legend of Mythica'
마지막 공연날.
그들에게 마지막 공연이란 무엇이었을까요?
도쿄 디즈니 씨의 데이타임 하버쇼 '레젠드 오브 미시카'(이하 미시카)는
도쿄 디즈니 씨 개장 5주년에 맞춰 시작된 거대한 스케일의 쇼입니다.
비쥬얼적인 면도 그렇지만, 내용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죠.
과거 인간과 동물들이 어울려 살던 시절,
인간들 곁을 지키던 전설 속 동물들이 인간들이 난폭해지자 미시카로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이에 오늘 미키와 친구들이 모두 모여 미시카의 전설 속 동물들을 다시 부르려 하는데...
지난 2006년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게스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미시카는
2014년 9월 7일을 마지막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전 7시 3분.
도쿄 디즈니 씨의 개장 시간은 오전 8시.
입장객 예상 등급 E(인기시설 평균 대기시간 60-90분)인 날인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굵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부터 엄청난 인파가 게이트에 몰려 있었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얘기지만, 같은 날 도쿄 디즈니랜드는 파크가 텅텅 비어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피15 엔트리(디즈니직영호텔 투숙객의 경우 파크오픈 15분 전부터 입장)게스트가 먼저 입장 후,
8시가 되어 사람들이 우르르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엄청난 개장 인파로 인하여 리도아일(하버에서 열리는 공연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은 이미 오픈하자마자
입장 마감이 되어버렸으며,
하버 주변의 관람구역이란 구역은 전부 미시카 막공을 관람하려는 게스트들로 금세 메워졌습니다.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날씨여서 공연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온 돗자리와 우산, 우비 등으로 철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미시카의 공연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라는 것입니다.
저 사람들은 오직 미시카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하여,
아침 8시 개장부터 8시간 30분의 기다림을 감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공연시간이 1시간 반 남짓 남은 상황.
입장할 때 보았던 그 인파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천운이 따라 주는지 지금까지 줄곧 내리던 비도 서서히 그쳐가는 중이었습니다.
도쿄디즈니의 파크에서는 앉아서 관람하는 지역과 서서 관람하는 지역의 구분이
캐스트와 게스트 모두에게 명확히 구분되어 알아서 잘 지켜지는 편이었는데,
오늘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비상사태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피아차 토포리노 지역의 바닥에는 통로 확보를 위해 서서 관람할 수 있는 지역까지의 구간을 흰색 테이프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디테러니언 하버는 이제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쭈욱 눈에 들어오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포트레스 익스플러레이션의 성 꼭대기 관람지역도 이미 사람들로 빠글빠글...
저는 운 좋게 잔비니 브라더즈 리스토란테 옆 계단지역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들]
[마지막 퇴장 모습, HD감상가능]
시작 전부터 엄청난 박수소리와 함께 시작한 공연은,
이것이 마지막 공연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웅장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 역시 엄청난 박수소리와 함께였습니다.
햇수로만 약 8년이나 지속된 이 공연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 일본인들이 많았던 탓인지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이야 오타쿠 문화가 발달하기도 했고 그것이 디즈니에도 예외가 아닌지라
평소에 공연 보려는 인파가 엄청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공연에 이런 엄청난 인파와 8시간이 넘는 기다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인내심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으로는 이렇게 열광하는 모습과 마지막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레귤러 공연이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하면,
이렇게 몰려와 아쉬워하면서 눈물까지 흘려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물론 문화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파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레젠드 오브 미시카 마지막 공연 관람은 여러가지 생각을 안겨 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면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요,
공연이 끝나고 공연 장비를 수거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뜨거운 박수와 호응을 보내주는 진풍경까지 연출되었습니다.
레젠드 오브 미시카 공연이 끝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크를 빠져나가
이후에는 파크가 상당히 한산해졌습니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서 입장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여기, 마지막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저 역시 레젠드 오브 미시카를 많이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많이 아쉬움이 남습니다.